치유 사역 회복

'살아있다'는 것과 '일한다'는 것의 의미

장광호 2002. 11. 14. 14:30

 

96년 말쯤 군에서 참으로 중요한 진급에서 고배를 마시고
참담한 심정으로 보직을 옮긴 상태였습니다.
또 당시 92년 발병한 간염으로 4년째 앓고 있었습니다.

정기신검 결과 불합격해서 2차 신검한 검사결과를
통보받았는데 '간암검사 대상자'라는 것입니다.
순간 '이제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라고 생각했더랬습니다.

11일 동안 혼자서 고민만 했습니다.
아내에게 일체의 내색도 않했습니다. 할 수가 없어서.

그동안 깊이 생각했는데, 정리되는 두가지가 있었습니다.

간암이라 하더라도 10년은 살 수있겠지 생각하다가
좀 심하다 싶어서 5년으로 줄였습니다.

앞으로 남은 5년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2년은 자야겠고, 1년 반은 쉬어야 하고, 남은 '1년 반'
내 인생에 있어서 1년반 밖에 뭔가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뭔가 스치고 지나 가는 것이 있었습니다.

30대 후반까지 살면서 해 놓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남은 1년 반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무엇을 이루고 성취해 놓아야 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할 수있다는 것' 그 자체가 너무나도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업적'이 아니라 '일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며칠 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5년이 흐른 어느날 호스를 코에 꼽은 식물인간인 나!
이러한 저는 아무런 힘이 없었습니다.
여러날 생각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물인간인 제게 어떤 힘이 있다는 것을.
제가 죽는 순간 과부가 되고 마는 아내를
과부가 되지않게 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힘.

아이들에게는 '애비없는 자식'이 되지 않도록 하는 힘.

더 생각을 넓히니 부모, 형제, 지인들에게 살아있는 그 자체로 힘이 있다는 것을.

당시 하나님께서 실의에 빠진 저를 힘주시기 위해
이러한 방법으로 깨닫게 해 주셨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단지 '살아있다는 것'과 '일할 수 있다'는 그 자체로 무궁한 힘이 있습니다.


* 이 결과는 뒤에 동명이인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