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야기들

막힌 담을 내가 먼저 허물 수 있다면..

장광호 2002. 12. 27. 08:30

얼마 전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대나무로 만들어진 담을 보았습니다.

길다란 대나무를 촘촘히 심어 놓았기 때문에
그리로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갈 수가 없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아담하게 지어진 2층집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서울 같은 곳에서 그러한 담을 본다는 것이 쉽지 않기에
그 집주인의 감각적인 센스를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계속 길을 가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담을 쌓았는가 자세히 살펴 보았더랬습니다.
그랬더니 참 다양한 방법으로 담을 만들고 있더군요.

어떤 담은 벽돌로 쌓여있고 그 위에 철조망을 치고 있고,
어떤 사람은 나무로 식재를 해서 담을 쳤더군요.
어떤 담은 철제 제품을 사용해서 만들어졌고요.
어떤 조경원은 석상을 쭉 둘러 세워서 담을 쌓았더군요.
기타 등등 여러 가지 많은 방법으로 . . . . .

분명 담은 하나와 다른 하나를 구분 짓는 경계를 만듭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을 경계짓는 것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짓는 방법에 따라
뭔가 서로 통하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완전히 벽을 쌓게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가지고도 각 사람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을알 수 있더군요.

우리가 살면서 필요에 따른 구별은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완전히 보이지 않는 것으로 꽉 막아버려서
나도 못보고 남도 못 보게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몇 일 동안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막혀있는 담들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서 참으로 아팠습니다.

다사다난했던 한해를 보내는 연말을 지나면서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담을 쌓고 있는지
한 번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생각해 보았습니다.


* 이 해가 가기 전에 내가 막은 담이 있다면,
그 담을 우리 모두가 먼저 허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