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교묘한 놈입니다.
이 놈한테 한번 걸리기만 하면 꼭 일을 저지릅니다.
오늘 오전 예배를 마치고 아이들 때문에
혈기가 났습니다.
결국 참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들을 막 쏟아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후회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 놈한테
또 당했구나.......
한참동안 멍하게 앉아 있다가 울면서 기도했습니다.
왜 저 같은 사람을 목회자로 세우시려고
합니까?
이런 것도 못 참아내는 사람이 어떻게 설교할 수 있지요?
저 자신 없어요! 정말 자신이 없어요. . . . . .
오후
설교 안 할 랍니다.
참 평신도는 얼마나 좋을까?
예배 참석 안하고 싶으면 죄송합니다 하고 한번 빠져도 되는데
설교를 맡았으니
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하자니 체면이 안 서고 . . .
사실 며칠 전 금요철야 예배 때도 한번 엎었거든요.
한참 동안
떼를 쓰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나 같은 사람을 이렇게 라도 안 붙잡아 놓았으면
아마도 하루에 수십 번씩이나
터지는 사람이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해보니 하나님이 참 대단하시구나.
나 같은 사람을 꼼짝 못하게 묶어서 여기까지 오도록
만드시다니.
나 같은 고집불통을 순한 양처럼 만들어 놓으시다니.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감사하더라고요.
어느 목사님이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새벽이고 주일이고, 수요일이고 예배에 참석하는 성도들을 보면서
참으로 믿음이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답니다.
만약 자신은 목사가 아니었다면 예수도 안 믿었을 것 같다구요.
저도 그런 사람이라 생각하니 참 감사하기도 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힘을 얻고 일어나 오후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시간에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고 나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원래 '혈기'라는 녀석은 한자를 보니 '피의 기운'이네요.
사실 이놈이 있어야 사람이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항상 이건 너무 지나치면 문제가 생깁니다.
이놈이 생길 때 그냥 눌러만 놓으면 안됩니다.
이놈은 반드시
다스려야 합니다.
일단 눌러놓는데서 그치면 다음에 반드시 터집니다.
사탄이라고 하는 놈이 요걸 교묘히 타고 앉아 있다가
얄밉게도
일이 잘 되어 가는 마지막 순간에 꼭 터지게 만들지요.
그러면서 한순간에 모든 걸 엎어버리도록 만들지요.
지금까지 이 놈의 계략에
말려 안 넘어간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요즘 그녀석에게 넘어가는 시간이 좀 길어진다는 것.
예전에는 거의
매일 아니면 하루에도 몇 번씩 하다가
요즘은 거의 몇 주만에 한 번씩 정도로 기간이 연장되거나 길어진다는 것.
그래서 희망을
걸어봅니다.
거의 년중 행사쯤으로 길어지든지 아니면 평생에 다시는 안 하기를.
* 혈기 다스리는 법 아시는 분 리플 좀
달아주세요.
그리고 리플은 네티즌의 에티켓인 것 같습니다.
가끔 한번씩 달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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