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야기들

설 연휴에 만난 어떤 두 분

장광호 2003. 2. 5. 08:36
이번 설 연휴기간 중 이제 일흔을 앞둔 동년배의 두 분을 만났습니다.

K라는 분은 토박이로서 부모님으로부터 상당양의 땅을 유산으로 물려받았는데,
갑자기 불어닥친 지역 개발 분위기 덕택에 상당한 재산이 되자,
이를 활용하는 사업적 수완을 발휘해서 어느 정도 부를 모았고,
또 이것을 활용해서 상당한 사회적인 지위와 명예를 누리는 생활을 하다가
얼마 전 은퇴를 해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상당한 액수의 건물 임대료 등을 받기 때문에
일을 안 해도 남은 여생을 편안하게 사는데는 전혀 어려움이 없는 분입니다.

또 다른 분은 목사님으로 20대의 젊은 시절 신앙불모지인 부산 제 고향 마을에 전도사로 부임 후,
한 평생을 그 지역의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다가 본적까지 완전히 그 동네로 옮겼고,
중국에 20교회 이상을 세운 선교하는 교회로 수백 명이 출석하는 교회로 성장시키셨으며,
지금까지 신약성서 전부를 주석하는 등 40여권의 왕성한 저술까지 하신 분이고요.

은퇴 후 아무런 일을 하지 않아도 상당액의 임대료를 받아내는 K라는 분의 건물과
목사님이 부임 후 성장시킨 교회는 바로 30미터 정도 인접해 있습니다.

그런데 한 평생을 함께 한 두 분의 아내들이 평가하는 남편은 너무나도 대조적이었습니다.

K라는 분의 아내는 평생 가족들을 자신의 뜻대로 살기를 강요하며 폭언하고,
자녀들의 결혼문제를 거의 일방적으로 처리한 남편으로 인해 불행해진 자녀를 보면서
상처투성이가 되어 이제는 남자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굳어져 버린 것 같습니다.
'결혼하면 남자나 좋지 여자들은 아니다. 그래서 결혼 안 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말하더군요.
이 분은 언제나 힘이 없고 우울해 보여 일반적인 부잣집 마나님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반면, 목사님 사모님은 그 동안 남편과 함께 살아온 삶이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 속에서 역사 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증거하면서 열심히 내조하시며 살아왔기 때문인지
하나님 은혜로 인해 감사함으로 가득한 해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K라는 분은 상당한 금액을 지불해 구하는 병원 특실을 세상적인 방법으로 구해서
한국에서 제일 가는 의료진들에게 여러 부분에 대해 특진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 80세 까지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강한 집착을 보이더군요
그러면서 시종일관 돈과 세상적인 출세에 대해서만 강조했습니다.

반면 목사님은 신약 전부를 다 주석한 약 30여권 짜리 설교집을 만들어 오셨는데,
이제 두 권이 남았다며 30년 전 써서 설교했던 낡은 원고들까지 정리하고 있었고,
제가 인사를 가니까 그 동안 발간했던 설교집 20여 권을 주시면서 격려해주시더군요.


* 이 두 분 모두 다 제게 참 잘 해 주셨는데,

한 분을 방문했을 때 못내 찝찝한 기분과 돌아와서까지도 씁쓸한 뒷맛이 남아있는 반면

또 다른 한 분은 만났을 때에도 참 기쁨을 맛보았지만, 지금까지도 그 깊은 여운이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