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집 주위에 이런 알림 광고가 붙었습니다.
(개사진과 함께)
사례금 100만원!
눈물로 호소합니다!!....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시면 크게 사례하겠습니다!!
얼마나 개를 사랑했기에 이런 알림 광고가 붙었을까요?
평소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에 이해가 잘 되질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개를 좋아하는 사람을 결코 비난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개를 엄청 사랑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정말 개를 사랑하는만큼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일까를 늘 생각하면서
그 사람을 다시 쳐다보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인 것은 사실입니다.
또, 그 개에게 들이는 정성이나 금전만큼이나,
어려운 이웃을 한번쯤은 생각하는 사람일까를 늘 짐작해보면서 쳐다보곤 하지요.
그런데 이 귀한(?) 개를 고 1짜리 제 아들녀석이 찾아줬다는 것 아닙니까?
집을 나설때 광고에서 보았던 강아지가 정유소 옆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던 게지요.
핸디폰으로 연락을 해서 찾아주었는데, 그 주인이 얼마나 기뻐했다는 지...
잃어버린 자식을 찾아도 그렇게 기뻐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기뻐하더랍니다.
알고보니 개 주인은 모 대학원을 다니는 대학원생이었다지요.
아들 녀석은 괜찮다고 했는데도, 주인은 지갑에 있는 돈을 다 털어서 5만원을 주면서,
나중에 연락을 하겠다며 제 아들의 전화번호를 확인했고요.
저녁에 연락이 왔기에 사례금은 괜찮다고 했더니,
그러면 선물을 보내겠다며 주소를 묻기에 가르쳐 주더군요.
그러면서 자신이 돈이 많이 있어서 그렇게 사례금을 주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동안 키우던 개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사례하려고 했다더라나요.
아직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선물은 아직도 오질 않았습니다.
아내는 이를 보면서 아들 녀석에게 이렇게 가르쳤습니다.
"아들아! 너는 참 잘했어!
다른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 도와주는 것이 맞다.
그리고 그들이 사례를 하겠다고 해도 거절하는 것은 옳은 것이기에 잘 했다.
하지만 그 대학원생은 정말 잘못 한 것이야.
아무리 사정이 어렵다해도 모든 사람 앞에서 공약한 약속은 지켜야만 하고,
지키지 못할 약속은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 했단다.
또,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빌미로 자기의 인색함과 욕심을 지키기에 급급했다.
아직 어린 동생 보기에 누나로써 부끄러운 행동을 했다"
이 말을 들은 아들 녀석의 순수함이 돋보였습니다.
"개를 잃어버린 마음 아픈 사람에게 개를 찾아주는 것만해도 되었지!
사례금은 무슨 사례금!"
저는 이 일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편칠 않았습니다.
결코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닙니다.
대학원생이라고 하면 앞으로 이 나라를 책임지고 갈 엘리트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이 나라를 주도적으로 이끌고나갈 젊은 사람들이
스스로 만인들 앞에서 한 약속을 스스럼없이 깨는 것 때문이지요.
개를 찾기 전의 마음과 개를 찾고난 후의 마음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입니다.
개에겐 100만원어치의 사랑을 베풀어서 찾았는데,
자신의 값어치는 그 나머지 95만원 때문에 5만원짜리의 신용도로 떨어뜨린 것이지요.
이 청년이 이 세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시대정신과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기에..
아울러 아직은 정직하고, 아직은 더 순수해야할 젊은이들의 정신이기에...
이것과 연관시키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우리나라가 몇년째 소득 1만불 시대 고비를 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는 사람입니다.
정직하지 못한 때문이고, 약속을 정확하게 지키지 못하는 것 때문이지요.
처음과 끝이 다르다는 결정적인 약점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이 없는 것이지요.
이 땅의 문제는 바로 정직의 문제인 겁니다.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 지키지 않느냐 하는 것의 문제라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신실한 약속의 하나님이십니다.
우리에게 약속의 하나님으로 오셨고,
우리에게 하신 약속은 지키시는 분이심을 믿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제 스스로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는 지 돌아보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약속을 얼마나 철저히 지키는 지를 점검해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