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랑 하나님이랑

어린아이처럼 순수해야

장광호 2003. 5. 3. 22:46

토요일 오후라 설교준비를 마쳐야 하는데 은혜가 자꾸 바깥으로 나가자고 합니다.
그래서 할 수없이 설교 준비 마무리를 놀이터에서 하기로 마음먹고 데리고 나갔습니다.
은혜는 3시간을 놀고도 도무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꼼짝없이 놀이터에서 장장 3시간씩이나 버티고 있었습니다.

말씀 묵상도 하고, 또 새롭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30분 동안은 놀이터 주위를 계속 돌면서 운동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어느 정도지 조금 지나니까 금방 지겨워졌습니다.

노는 도중 몇 번이나 달래서 집으로 데리고 갈려고 했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기왕에 기다리는 이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까 하고 생각했지요.
그러면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아이들은 참으로 열심히 논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열심히 노는데 그것도 온 정신을 집중해서 놀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시간 가는 줄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둘째, 집중해서 노는 만큼 강도가 강해서인지 금방 싫증을 내고 다른 놀이로 옮겨가더군요.
미끄럼틀 한번 타고는 그네 한번 타고, 또 흙장난 한번하고는 시소를 타러가고....
제가 보기에는 정말 시시한 것 같은 놀이기구를 가지고 얼마나 재미있게 노는지.

셋째, 함께 모여 노는 아이들과 너무나도 쉽게 친구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든지 쉽게 말을 걸고, 아무런 경계심 없이 이를 받아들이더군요.
금방 이 아이하고 놀다가 저쪽이 재미있으면 그 쪽에 가서 놀고..

넷째, 보호자가 함께 옆에 있다는 그 자체로 자유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 쪽에 자신을 지켜주고 있는 아빠 엄마가 있는 것만으로 족합니다.
아빠나 엄마가 무엇을 하고 있든 상관이 없습니다.
혼자서는 놀이터에서 놀지는 못하는데 함께 있기만 하면 마음놓고 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정리해보는 동안 우리가 원래 이러한 어린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으로 살아왔는데,
수많은 교육과 삶의 투쟁(?) 때문인지 이러한 순수함 들을 다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을 만나면 먼저 경계하고, 또 그들의 속내를 알기 위해 온갖 신경을 곤두 세우고...
얼마나 교묘히 위장을 잘하고, 잘 속이는지 속을 다 빼줄 것 같은 사람에게 속는 기분이란..
거기다가 금전적으로나 기타 여러 가지 사회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받을 땐 참으로 참담합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약속도 헌신짝처럼 버리는 현실을 볼 때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한 지.....
정말 끊임없는 거짓말과 속임수는 우리의 영혼을 병들게 하고 아프게 만듭니다.

성경은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했지요.
믿음을 통해서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던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회복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어린아이가 부모와 함께 하면 겁 없이 놀 수 있듯이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도 그렇다는 것이고요.


* 어린이날이 며칠 남지 않았군요.
이 날을 어른들이 어린아이가 되는 날로 만들면 어떨지?


*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누구든지 하나님의 나라를 어린아이와 같이 받들지 않는 자는
결단코 들어가지 못하리라 하시고 그 어린아이들을 안고 저희 위에 안수하시고, 축복하시니라
(막10:1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