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야기들
20분의 여유, 기분 좋은 일주일
장광호
2003. 4. 3. 09:47
며칠 전 길을 가다가 먼지로 얼룩진 그랜저를 보았습니다.
'그랜저' 하면 깨끗하고 광택을 내서 번쩍번쩍하는 것이 첫 인상이잖아요?
흐리고 어두운 날이었다면 어느 정도 보아줄 만 했겠지만
마침 화창한 날씨라서 그런지 먼지로 얼룩진 그 차는 정말 보아주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속이 '그랜저'라면 겉도 '그랜저답게 해야하는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도 한 때 세차하지 않고 다니는데 굉장히 익숙했었습니다.
또 구두를 닦고 다니지 않고 있는 그대로 신는데 너무너무 익숙해 있었습니다.
너무 바쁘다보니까 그런 곳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는 핑계였고,
또 속이 중요하지 겉이 무엇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냐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그것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알았습니다.
결국 지나고 보니까 그런 사고와 행동의 결과가 저의 전부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이 저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모두였습니다.
얼마 전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는 어느 목사님 부부를 태울 일이 있었는데
더러워져 있던 차 내부 때문에 얼마나 창피스러웠던지.......
그것이 평소 준비가 되지 않은 저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요.
그 뒤부터는 차 외부뿐 아니라 내부까지 신경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저의 기동력 수단인 노란색 비스토를 세차했습니다.
세차하고 진공청소기로 내부를 털어내는데 총 20분이 걸렸습니다.
경비는 기름 넣은 후 받은 세차권으로 하고, 진공청소기 사용하는데 500원 들었고요.
일단 한번 깨끗하게 청소해놓으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일주일을 기분좋게 지낼 수 있지요.
1주일에 20분 정도면 늘 깨끗하게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사실 이 20분을 할애하기가 어려워서 늘 지저분하게 다니게 될 때가 많습니다.
일주일이 7일×24시간×60 분인데 20분 내기가 어렵겠습니까?
이것은 결국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밖에 안 된다는 것을 말하더라고요.
제 경험에 의하면 한번 청소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한번 더럽혀지는 것을 용납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겉잡을 수없이 더렵혀졌고요.
이제 차가 깨끗해지고 나니까 이런 생각까지 듭니다.
이 차는 작지만 언제나 늘 VIP를 모실 준비가 되어있다는 생각.
그리고 저와 저의 가족이 VIP이고 저 차를 타는 모든 분들이 VIP라는 생각입니다.
은혜와 사랑이 넘치는 공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그리고 저는 이 차를 타는 사람마다 그 분들의 인생이 바뀌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늘 시작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작은 늘 끝까지 지속되는 것입니다.
저의 이러한 생각이 시작부터 끝까지 지속되기를 소원합니다.
* 우리 영혼의 문제도 동일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번 크게 청소하시고 늘 지속적으로 청소하신다면 언제나 천국이 아닐까 생각해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