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야기들
음식을 만들면서 배우는 영성
장광호
2002. 11. 25. 13:41
저는 뒤늦게 음식 요리하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것도 40이 넘어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요리학원에서 배운 것은 아닙니다.
겨우 볶음밥, 갱시기, 몇 가지 찌개를 만드는 정도입니다.
제가 만드는 음식 맛은 좋다고 합니다.
은혜가 인정합니다. '아빠는 요리사'라고.
또 저는 퓨전요리를 잘 만듭니다.
이 세상에 없는 단 하나의 요리 만들기를 좋아합니다.
좋은 말로 하면 엄청난 실험정신입니다.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에.
사실 처음에 어쩔 수없이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늦둥이를 가졌는데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산모의 뒷바라지는 자연적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공부하는 제 몫이 되었습니다.
신학공부를 시작하면서 산후조리를 거의 6개월동안 했습니다.
처음에는 음식의 재료에 대한 이해도 없고
불을 얼마나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양념에 대한 이해도 전혀 없고,
간을 어떻게 맞추는 지도 모르고,
음식의 양을 어느 정도 해야하는 지도 몰라
참으로 많이 어려웠습니다.
이제 3-4년 해보니까 어느 정도 개념이 잡힙니다.
이제 시간만 나면 제가 요리를 해서 가족에게 봉사를 합니다.
아내도 잘 먹고 아이들도 다 잘 먹습니다.
일단은 성공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밥 굶을 걱정이 사라졌으니.
그런데 이 음식을 만들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우선 여자를 이해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둘째 이 음식을 만드는데도 많은 삶의 지혜가 있었습니다.
우선 맛있는 음식은 재료가 좋아야 합니다.
재료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입니다.
둘째는 간이 잘 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라 하더라도 간이 안 맞으면 땡.
다음은 적절한 양념과 조미료가 있어야 합니다.
같은 재료이지만 요리를 색다르게 변화시킬 수 있지요.
게다가 불의 강약과 시간 조절 실패는
앞의 모든 과정이 다 잘되어도 음식 맛을 반감시킵니다.
이러한 과정을 다 거쳐 만들어진 훌륭한 음식도
담는 그릇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집니다.
역시 음식 만들기도 균형과 조화였습니다.
오랜 숙련을 통한 인내과 고통의 산물이었습니다.
기쁨으로 만드는 음식은 기쁨을 주지만
억지로 만드는 음식은 결코 만족을 주지 못했습니다.
저는 식은 밥으로 만들어 내는 뽁음밥도
요즘은 아이들에게 깨끗하고 산뜻한 그릇에다가 담아줍니다.
귀하게 대접받아본 사람만이 앞으로 귀하게 대접하리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런 밥이 정성이 있어서 그런지 훨씬 더 맛이 있는 것 같아 합니다.
* 식은 밥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습니다.
언제나 오시는 분들은 환영합니다.